윤성준 Nov 28, 2018 21:3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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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려와 수수께끼> - 랜디 코미사


  그동안 여러 책들을 읽어왔지만, 완전히 빠져들어 책 첫 장부터 끝 장까지 한 번에 읽은 책은 많지 않다. 그리고 읽는 내내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끼게 한 책은 더더욱 적다. 이 책은 이를 모두 만족시킨 흔치 않은 책이다. 나의 가치관을 찾아나가는 여행을 하던 중 만난 오아시스와 같은 느낌이었고, 깊은 공감과 함께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끔 해 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VC 입장에서 투자를 할 때 성장 잠재력을 가장 중요시 하며 투자 결정을 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성장 잠재력을 본 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본다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기 마련이었는데, 아마도 시장의 크기와 해당 시장에 진출했을 때 가지는 경쟁력, 그리고 모든 상황들이 잘 맞아 떨어졌을 때 그리는 J형 성장 커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겠거니 했다. 실제로 많은 투자자들이 이러한 점에 기반하여 decision making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랜디 코미사가 가장 중요시 하고 갈증을 느꼈던 점은 창업가의 꿈이었다. 창업가가 제시한 사업계획서의 수치적 성장성 보다는 창업가가 가진 비전이 얼마나 큰지, 그리고 그 창업가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과 잘 align 되어있는지 등이 결국 최종 decision을 내리게끔 하는 가장 큰 요소라는 점이 충격이자 감동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투자자이다. 아무것도 갖추어 지지 않았고, 모델이 증명되지도 않았고, 심지어 시장이 존재하는지 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와 같은 super high risk를 선택할지 말지 결정하게끔 하는 요인이 바로 지표로 나타내기도 힘든 꿈이라는 점이라니. 그것도 높은 성공률을 자랑하여 명성이 자자한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이. 랜디 코미사의 사고 흐름에서도 살짝 엿볼 수 있었지만, 그들도 ‘나는 훌륭한 투자자니까 다른 무엇보다 비전을 보고 투자를 결정할 거야’ 라고 정해놓고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사업계획이 합리적인지, 팀원의 역량은 충분한지, 자금은 어느정도 필요할지 등 여러 요소들을 꼼꼼하게 따지지만, 결국 모든 것이 다 만족되더라도 감정적으로 공감이 되지 않으면 투자가 꺼려지는 것이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보자면 이 창업가가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시작하는지, 아니면 다른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지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성적인 투자자라면 돈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라도 그것이 수익률이 날 것 같으면 투자할 것이다. 하지만 위대한 투자자라면 꿈에 투자할 것이다. 그 꿈이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고 세상사람들이 그것에 공감하기 시작할 때 미치는 영향을 감각적으로 포착한다. 이는 앞선 일반적인 투자자들은 달성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알리바바에 투자한 손정의 회장이 문득 생각난다. 


  결국 본질은 가슴이 두근두근 할 만한 꿈인 듯 하다. 그 꿈의 울림이 팀원을 만들고, 투자자를 불러들이며, 심지어 소비자에게 까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은 너무나도 많은 예시들이 있다. 어찌 보면 가장 기초적이고 당연한 것이지만 동시에 가장 잊기 쉬운 진리이다. 인생을 살아가며 무엇을 하며 살고 싶은지 다시 한번 곱씹어 보게 된다. 결국 너무나도 하고 싶어 미칠 것 같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