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글

권력은 왜 역사를 지배하려고 하는가 - 윤상욱

 

민주주의가 정착된 현대 사회에서 권력자가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권력을 휘두르기란 어렵다. 충성과 복종이 미덕이던 과거와는 다르게 현재는 선거제도를 통해서 국민에게 권력이 이동하였고, 이를 헌법으로 보장하기 때문에 함부로 권력을 휘둘렀다가는 누구처럼 탄핵되어 물러난 다음 감옥에 가야 할지도 모른다. 법에 의거하여 통치하기 때문에 법을 장악하면 되지 않냐고 누군가 반문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법이란 자기 입맛에 맞게 조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고, 법이 권력자의 입맛에 맞게 변하려면 현대사회에서는 명분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명분은 무엇이냐? 국민의 지지가 가장 큰 명분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지지를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뛰어난 외교적 군사적 업적이나, 경제적인 성과 등등이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당장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 뿐이고, 권력을 유지하고 정당화하려면 결국 국민들에게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지지를 받아야 한다. 제일 쉬운 방법은 역사 교육을 통하여 국민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방법이다. 민족주의를 기반으로 형성된 근현대 국가에서 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쉬운 방법은, 역사를 장악하여 권력의 입맛대로 선전하고 민족주의와 우월성을 자극하여 국민들의 의견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현대 중국을 탄생시킨 원동력은 쑨원이지만, 실질적으로 구현한 사람은 마오쩌둥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시조 마오쩌둥은 대약진운동을 펼치면서 3천만명이 넘는 사람들을 희생시켰다. 영국의 철강 산업을 따라잡겠다고 야심차게 밀어붙인 프로젝트가 중국의 현실을 외면한 대가는 매우 참혹했다. 대약진 운동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어나자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서 마오쩌둥은 문화대혁명을 일으켰다. 자신에게 반대하는 세력을 사회주의의 적으로 규정하고 무자비한 계급투쟁을 이용하여 정적을 제거하였다. 선동된 홍위병들은 철저한 사상적 투쟁이 아닌, 그저 단순한 광기와 신념으로 무장하여 10년 동안이나 날뛰면서 중국의 혼란은 10년동안 지속되었다. 마오쩌둥이 죽고 나서 공산당은 이런 시대적 과오를 대중들에게 해명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후 중국 공산당은 마오쩌둥을 신성시하고 국부로 추앙하였다. 현대 중국은 마오쩌둥이 대장정을 거치면서 공산당, 인민해방군, 중화인민공화국을 형성하며 대륙을 통일하였기 때문에, 그를 비판하는 것은 공산당 집권에 명분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선택한 전략은 침묵과 망각이다. 공산당은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에 대한 원인을 그저 가뭄과 마오쩌둥 주변의 4인방에게 돌리면서, 학자들이 문화대혁명에 대하여 연구하는 것을 막아버렸다. 그리고 공산당만이 역사적 해석을 독점하면서 국민들에게 통일된 의견을 주입해서 세뇌하는 것이다. 궁극적인 목적은 공산당의 집권을 정당화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자신들의 실책을 가리고 잊혀지게 만드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방식은 당장의 불만을 잠재우고 가릴 수는 있어도, 진실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고통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터지기 마련이다. 1989년 천안문광장에서 민주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가 일어났지만, 덩사오핑의 공산당은 인민해방군을 동원한 무력진압으로 대답하였다. 그리고 중국은 일당독재와 철권통지를 확립하고 경제성장에 집중하는 개발독재의 길을 걷게 된다. 그리고 국민들 사이에서 대약진운동-문화대혁명-천안문항쟁은 경제성장의 과실과 공산당의 선전 및 침묵의 강요 속에서 잊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역사적인 사실이 변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은 과거사를 이용해서 국민의 시선을 돌리고 있다. 현재 중국이 지배하고 있는 영토에서 일어난 다른 민족의 역사는 모두 중국의 역사라는 논리를 펼치면서 주변 국가의 고대사를 은근슬쩍 자신들의 역사로 우기고 있는 상황이다. 공산당의 권력 유지와 소수민족 갈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해서 고대사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변형하는 짓거리를 저지르고 있으며, 국민들까지 비뚤어진 애국심어긋난 민족주의에 물들어서 동조하고 있다. 역사를 통제하여 자신들의 권력을 정당화하는 가장 성공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웃기게도 민주주의 국가라는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불상사가 일어날 뻔 했었는데, 박근혜 정부의 국정화 교과서 사태라고 할 수 있다. 뉴라이트 같은 극우 인사들이 대한민국의 교과서가 좌편향 되었다면서, 국가가 나서서 국정교과서를 만들어서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 및 여당이 적극적으로 국정교과서를 추진하였는데, 내용들이 하나같이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고 개발독재를 미화하는 내용이었다. 과거 보수정권에서도 마음은 있었지만 시도도 하지 못한 국정교과서를 박근혜정부는 밀고 나가려고 했는데, 결국 사회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서 국검정 혼용으로 후퇴하였다. 물론 속마음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서 결국에는 국정교과서를 밀고 나가겠다는 의미였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국정교과서를 폐기하면서 결국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식민지배 정당화와 친일옹호 및 독재미화가 가장 큰 문제이지만, 일괄적인 역사관을 국민들에게 주입시켜서 자신들의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독재 권력을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이 가장 큰 문제였다. 당시 대통령인 박근혜는 아버지인 박정희의 후광이 가장 큰 정치적인 자산이었고, 대통령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정치권에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박정희의 통치를 정당화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박정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광범위한 동의가 필요했고, 그 작업으로 역사를 박정희를 우호적으로 해석하는데 동원한 것이다. 이런 의도만 해도 국민들의 반발을 일으키기 충분하지만, 국민들이 더더욱 분노한 원인에 대하여 근본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국가가 나서서 국민들에게 생각을 통일하도록 주입하려는 시도가 자유주의에 반대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현대 국가를 이루는 근간이 사상과 표현의 자유이며 이는 국가가 침해할 수 없는 기본적 권리인 것을 깡그리 무시하고 정부의 시각만을 강요하는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려다가 역풍을 맞은 사건이다. 그 이면에는 국민들을 우민으로 만들고 권력을 독점하겠다는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

 

다른 나라들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순수한 아리아인의 독일을 주장한 히틀러와 로마제국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무솔리니부터, 소비에트 연방의 영향력을 되찾기 위하여 스탈린을 미화하고 있는 푸틴까지 역사를 통해서 자신들의 권력을 정당화하고 공고히 하는 행동은 만국 공통 사항이다. 미국은 조금 복잡한 사정을 가지고 있다. 트럼프 이전의 미국은 자신들의 패권유지를 위하여 오로지 역사를 미국 위주의 교육으로만 실행하였고, 이를 지지하는 것은 공화당-민주당 모두 공통적인 분모였다. 미국의 패권유지를 위한 미국 예외주의와 문명의 우월성 및 도덕성을 정당화하려면 역사적 사실을 숨기고 오직 미국만을 위한 서술을 해야 된다고 정치인들은 믿었다. 하지만, 세계금융위기와 부시정권의 일방통행식 외교는 미국 예외주의에 대한 회의감과 피로감만 일으켰고, 미국의 자존심에 상처만 남겼다. 이를 타개하고자 오바마는 미국 내부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세계속의 보통국가로서 다른 국가들과 다각도로 협력하여 국제 질서를 회복하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미국이 자행한 과오들을 하나씩 인정하면서 민주주의를 아주 잘 작동하여, 세계 각지에서 온 이민자들과 다양한 종교들을 미국의 가치아래에 묶으려고 하였다. 그리고 이런 시도는 힐러리의 정체성 정치로 이어지면서, 기존 주류라고 할 수 있는 백인들이 역차별을 받는다고 느끼게 하였고 국가에 대한 소속감은 약화되기 시작하였다. 이런 사람들에게 민주당에서 애국심을 이야기 해봤자, 본인들이 소수자에 비교해서 홀대받았다고 생각하는 집단에게는 비아냥의 대상이 될 뿐이었다. 그리고 트럼프가 나타나자 매우 열광하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대통령은 미국예외주의를 근간으로 미국이 어떤나라인지를 제시했다면,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서 1800년대의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에둘로 말했기 때문이다. 왜나하면 1800년대의 미국은 백인만을 위한 사회였으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백인 자신들의 자존심과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는 지도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대중들의 인식은 그동안 미국이 저지른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미국의 문화적-도덕성 우월성만 펼치던 미국 우선적인 역사 교육의 부작용이며, 더하여 진보 집단이 실행하는 소수자 중심의 정체성 정치가 탄생시킨 괴물이라고 볼 수 있다. 정치가 양극단으로 나뉘면서 갈등이 봉합될 여지가 없어지는 미국을 보면, 미국에서도 민주주의의 탈을 쓴 독재가 멀지 않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결국 일방통행식 역사관에 길들여진 국민이 살아가는 국가는 결국 독재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역사적 사실은 변하지 않으며 사실이 있었던 시대적 상황과 배경을 고려해야겠지만, 역사적 해석은 인간의 자유이고 어떤 역사적 사실이 더 적합한지는 경쟁을 통해서 선택 받아야 함이 옳다. 우리가 현대국가를 살아가고 진보하는데 가장 큰 원동력은 사회적으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사상의 경쟁을 통해서 이룩하는 것이다. 본인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관된 역사관을 주입하는 행동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모든 인간이 똑같은 기억과 생각을 가진 사회는 권력자에게는 유토피아이나 국민들에게는 디스토피아이다.”

 

책의 주제를 관통하는 압축적인 말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