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재훈 Dec 04, 2018 21: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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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이 책은 나치의 강제 수용소에서 직접 경험하면서 삶의 의미와 인간 심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프랭클 박사의 자서전적인 체험 수기이다. 프랭클 박사는 2차 세계대전 중 유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우슈비츠를 비롯한 몇몇 수용소에서 3년의 세월을 보내게 된다.  
  처음 수용소에 도착했을 때부터 사람들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중요한 갈림길을 결정하는 것은 감시병의 손가락 방향. 병들고 허약한 사람들은 왼쪽, 일을 할만한 사람들은 오른쪽으로 가게 된다. 사는 길로 가고자 프랭클 박사는 온 몸에 힘을 주고 자신이 일을 하기에 충분한 힘이 있다는 것을 어필하며 걸어야 했다. 프랭클 박사는 이때가 죽을 고비를 넘기는 첫 관문이었다고 회상했다. 왼쪽으로 가는 사람들은 곧바로 어느 방으로 옮겨지고 영문도 모른 채 가스실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오른쪽으로 가게 된 사람들은 목욕할 기회가 주어졌다. 가지고 온 보석이나 장신구는 미리 감시병이나 수감자의 리더격인 ‘카포’들에게 걷히게 되고, 몸에 걸친 옷을 모두 벗고 몸에 있는 털은 모두 밀어야 했다. 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초라해보이고 모멸감을 느꼈지만,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배를 채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곳에서 몸은 앙상하게 말라갔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스실로 통하는 길로 들어설까 두려워 연약하게 보이지 않으려 애를 썼다. 작가뿐만이 아니라, 수감자들의 대부분은 비슷한 심리 변화 양상을 보였다고 한다. 수용소의 현실을 마주하고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그다지 오래 가지 않았다. 비인간적인 행위와 학대로부터 받게 되는 고통에 점점 익숙해져가고, 바로 옆에서 동료가 죽더라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게 되고 오히려 죽은 동료가 신고 있는 신발이 자기 것보다 좋은 것인지를 먼저 따져보게 되고 너나 할 것 없이 먼저 차지하려고 달려든다. 시체가 끌려가는 와중에 슬퍼하기 보다는 길에 떨어진 먹을 것에 더 눈길을 보냈다. 수용소에서는 자살이 많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죽음을 바로 앞에 둔 극한 상황 속에서 굳이 자신이 죽으려 하지 않아도 죽게 될 것이라는 참담한 현실이 오히려 죽고자 하는 수감자들의 행동을 더 대담하도록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프랭클 박사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살아야겠다는 희망이었다. 자신들의 가족, 자식, 친구 등을 생각하며 작가와 같이 자신이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를 분명히 찾은 사람들은 더 오래 살 수 있었고, 인간의 존엄을 버리지 않을 수 있었다. 작가는 정신과 의사로써 수감자들에게 좀 더 위안이 되고 삶의 의미를 찾도록 하고자 했다. 
  2차 세계대전을 주제로 하는 컨텐츠(책, 영화, 게임 등)에서 빠지지 않는 요소가 수용소에 갇힌 수감자들의 모습이다. 수많은 시체들 속에서 앙상한 몰골의 수감자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르지만, 그러한 모습에 프랭클 박사가 서술해놓은 수감자들의 심리 상태를 더하게 되면 그 비참함은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 커졌다. 항상 그러한 극한 상태에서의 모습에 나를 대입해본다면 도저히 프랭클 박사만큼의 정신력을 가지고 버틸 수 있을지 상상이 되질 않는다. 더욱이 프랭클 박사는 자신뿐만이 아니라 주위 수감자들에게도 삶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불어놓고자 노력했기에 더더욱 대단해보였다. 자신의 인생만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긍정을 전파하고자 했기에 자연스럽게 작가 또한 삶에 대한 의지가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힘들고 절박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와 삶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것과 그러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극복하고자 하는 가치관은 프랭클 박사가 끔찍한 환경 속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죽음의 수용소와 같은 환경이 다시는 만들어지지 않아야 하지만, 삶과 죽음의 의미,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